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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아이는 불안하다: 이사/전학 스트레스
웅진서가 | 15.05.28 | 조회수 4,281
“피츠버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미국 사람들도 잘 몰라.”
연수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미국인 친구가 한 말이다. 위안이 되는 한편 걱정도 되었다. 얼마나 작은 도시이기에 미국인조차 모른단 말인가.
한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큰 도시나 기후가 좋은 곳을 연수지로 선택한다. 그곳에 있는 명문 대학을 찾아가는 것이다. 미국 서부로는 LA,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동부로는 뉴욕, 보스턴, 뉴헤이븐, 필라델피아 같은 도시들이다.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플로리다도 선호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시카고, 애틀란타 같은 도시나 뉴저지, 버지니아, 메릴랜드도 많이 찾는 연수지다.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연수를 많이 가는 지역에는 연수 초반에 정착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고, 종교 기관을 중심으로 한국인 교류가 활성화되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통한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피츠버그는 그렇지 못했다. 연수지를 피츠버그로 정한 2012년 2월, 우리 가족이 관계 맺은 사람 중에 피츠버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곳을 아는 사람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소아정신과 의사를 한 명 소개받아 3월에 만날 수 있었고, 피츠버그에 연수 다녀온 선배 교수들을 수소문해 알음알음 정보를 구했다.

“집을 정하면 정착의 70%는 해결된 겁니다.” 이런 말을 들었지만 당시에는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못했다. 집을 결정하는 데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시내에서 살 것인가, 교외에서 살 것인가. 시내에서 살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를 한 대만 구입해도 된다. 도시의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집세가 비싸고 학군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학비를 부담하고 사립학교에 보내면 된다. 그렇지만 연수를 가는 교수들은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기에, 아이들을 생각해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집을 찾게 된다. 학업 성취도를 포함한 학군 및 학교에 대한 정보는 대표적인 공립.사립학교 평가 사이트 ‘그레이트스쿨스 www.greatschools.org’를 참고하면 된다. 학교에 대한 평점이 9점이나 10점으로 높으면 안심이다. 이렇게 좋은 학군과 학교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 근처 아파트 단지를 검색하면 된다.

5월에 미국에 방문하기 전 아파트 단지와 종류(타운홈인지 방은 몇 개인지), 집세, 학군 등 평가 항목을 정리한 후, 아내와 함께 아파트 홈페이지와 평가 사이트를 검토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러고는 아파트 사무실에 이메일을 보내 한 시간 간격으로 약속을 잡아 다섯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인 소아정신과 친구가 운전을 해 주었다. 초행길에 지리도 잘 모르는데 한 시간 간격의 약속 시간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피츠버그를 떠나기 전날이어서 아침부터 마음이 다급했다. 오늘 꼭 집을 구해야 했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 입국하는 8월은 이미 이사철이 지나서 한차례 사람들이 이동한 다음이고, 유학생도 정착한 후여서 그때 집을 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날도 하루가 길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들은 한결같이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오래 기억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집을 구할 수 있었다. 350세대 정도 되는 아파트 단지의 3층 집이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타운홈(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2층이나 3층 구조의 독채형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몇 시간 차이로 그 집을 놓쳤다.
“얘들아, 우리가 살 집을 보고 왔어.”
그 무렵에는 미국에 가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던 차라 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호기심을 보였다.
“우리, 어디에 살아요?”
“지금 집하고 크기는 비슷해. 방은 세 개고 화장실은 두 개야. 큰 방은 엄마와 아빠가 안방 겸 서재로 같이 쓰고, 너희들이 방 하나씩을 쓰면 되겠다.”
“집은 어디에 있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아이들에게 아파트 계약서와 함께 받아 온 단지 배치도와 사진을 보여 주었다.
“우리 집은 학교버스 타는 데서 가까워. 가장 큰 장점이지. 다른 아이들보다 아침에 천천히 나가도 돼. 특히 추운 겨울에는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할걸.”
내친 김에 구글 맵으로 아파트를 찾아보았고 구글 어스로 위성 사진까지 확인해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다.
“수영장이 있어. 보이지? 아빠가 직접 보고 왔어. 우인이는 수영장에서 살아도 되겠다.”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작은아이는 새로운 집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은 다른 것도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파트 동이 몇 개예요? 한국 사람은 살아요? 주변에는 뭐가 있어요?”

이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는 ‘move’가 있지만 나는 ‘relocation’이라는 단어가 더 와 닿는다. 실제로 내가 만난 미국 사람들은 ‘relocation’을 주로 사용했다. 한글로 번역하면 이사보다는 ‘재배치’라는 뜻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고, 학교와 직장에 따라 이동하는 일이 생활화되어 있어 실제적인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이리라. 이동이 잦은 나라이다보니 이사나 전학을 할 때 아이들이 어떤 심리 변화를 겪는지 연구가 많이 되어 있다. 부모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어떤 문제 상황에서 전문가에게 상담 요청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안내되어 있다. 우울해 보이고, 쉽게 짜증을 내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주 분노를 폭발하고, 식사량이 줄거나 밤에 잠들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등 우울증 경고 증상을 보이면 전문가에게 가야 한다. 그렇지만 이사나 전학을 하는 전후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심리적으로 잘 준비시키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 내가 해 온 것들이다.
먼저 이사하는 이유를 아이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 정착할 곳의 지도와 사진을 보여 주고 미리부터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다음은 이사 갈 곳에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점을 찾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 아이의 호기심을 끌었던 수영장처럼 말이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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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웅진서가
내용 “피츠버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미국 사람들도 잘 몰라.”
연수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미국인 친구가 한 말이다. 위안이 되는 한편 걱정도 되었다. 얼마나 작은 도시이기에 미국인조차 모른단 말인가.
한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큰 도시나 기후가 좋은 곳을 연수지로 선택한다. 그곳에 있는 명문 대학을 찾아가는 것이다. 미국 서부로는 LA,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동부로는 뉴욕, 보스턴, 뉴헤이븐, 필라델피아 같은 도시들이다.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플로리다도 선호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시카고, 애틀란타 같은 도시나 뉴저지, 버지니아, 메릴랜드도 많이 찾는 연수지다.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연수를 많이 가는 지역에는 연수 초반에 정착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고, 종교 기관을 중심으로 한국인 교류가 활성화되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통한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피츠버그는 그렇지 못했다. 연수지를 피츠버그로 정한 2012년 2월, 우리 가족이 관계 맺은 사람 중에 피츠버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곳을 아는 사람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소아정신과 의사를 한 명 소개받아 3월에 만날 수 있었고, 피츠버그에 연수 다녀온 선배 교수들을 수소문해 알음알음 정보를 구했다.

“집을 정하면 정착의 70%는 해결된 겁니다.” 이런 말을 들었지만 당시에는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못했다. 집을 결정하는 데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시내에서 살 것인가, 교외에서 살 것인가. 시내에서 살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를 한 대만 구입해도 된다. 도시의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집세가 비싸고 학군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학비를 부담하고 사립학교에 보내면 된다. 그렇지만 연수를 가는 교수들은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기에, 아이들을 생각해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집을 찾게 된다. 학업 성취도를 포함한 학군 및 학교에 대한 정보는 대표적인 공립.사립학교 평가 사이트 ‘그레이트스쿨스 www.greatschools.org’를 참고하면 된다. 학교에 대한 평점이 9점이나 10점으로 높으면 안심이다. 이렇게 좋은 학군과 학교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 근처 아파트 단지를 검색하면 된다.

5월에 미국에 방문하기 전 아파트 단지와 종류(타운홈인지 방은 몇 개인지), 집세, 학군 등 평가 항목을 정리한 후, 아내와 함께 아파트 홈페이지와 평가 사이트를 검토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러고는 아파트 사무실에 이메일을 보내 한 시간 간격으로 약속을 잡아 다섯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인 소아정신과 친구가 운전을 해 주었다. 초행길에 지리도 잘 모르는데 한 시간 간격의 약속 시간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피츠버그를 떠나기 전날이어서 아침부터 마음이 다급했다. 오늘 꼭 집을 구해야 했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 입국하는 8월은 이미 이사철이 지나서 한차례 사람들이 이동한 다음이고, 유학생도 정착한 후여서 그때 집을 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날도 하루가 길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들은 한결같이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오래 기억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집을 구할 수 있었다. 350세대 정도 되는 아파트 단지의 3층 집이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타운홈(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2층이나 3층 구조의 독채형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몇 시간 차이로 그 집을 놓쳤다.
“얘들아, 우리가 살 집을 보고 왔어.”
그 무렵에는 미국에 가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던 차라 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호기심을 보였다.
“우리, 어디에 살아요?”
“지금 집하고 크기는 비슷해. 방은 세 개고 화장실은 두 개야. 큰 방은 엄마와 아빠가 안방 겸 서재로 같이 쓰고, 너희들이 방 하나씩을 쓰면 되겠다.”
“집은 어디에 있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아이들에게 아파트 계약서와 함께 받아 온 단지 배치도와 사진을 보여 주었다.
“우리 집은 학교버스 타는 데서 가까워. 가장 큰 장점이지. 다른 아이들보다 아침에 천천히 나가도 돼. 특히 추운 겨울에는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할걸.”
내친 김에 구글 맵으로 아파트를 찾아보았고 구글 어스로 위성 사진까지 확인해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다.
“수영장이 있어. 보이지? 아빠가 직접 보고 왔어. 우인이는 수영장에서 살아도 되겠다.”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작은아이는 새로운 집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은 다른 것도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파트 동이 몇 개예요? 한국 사람은 살아요? 주변에는 뭐가 있어요?”

이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는 ‘move’가 있지만 나는 ‘relocation’이라는 단어가 더 와 닿는다. 실제로 내가 만난 미국 사람들은 ‘relocation’을 주로 사용했다. 한글로 번역하면 이사보다는 ‘재배치’라는 뜻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크고, 학교와 직장에 따라 이동하는 일이 생활화되어 있어 실제적인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이리라. 이동이 잦은 나라이다보니 이사나 전학을 할 때 아이들이 어떤 심리 변화를 겪는지 연구가 많이 되어 있다. 부모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어떤 문제 상황에서 전문가에게 상담 요청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안내되어 있다. 우울해 보이고, 쉽게 짜증을 내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주 분노를 폭발하고, 식사량이 줄거나 밤에 잠들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등 우울증 경고 증상을 보이면 전문가에게 가야 한다. 그렇지만 이사나 전학을 하는 전후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심리적으로 잘 준비시키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 내가 해 온 것들이다.
먼저 이사하는 이유를 아이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 정착할 곳의 지도와 사진을 보여 주고 미리부터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다음은 이사 갈 곳에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점을 찾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 아이의 호기심을 끌었던 수영장처럼 말이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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