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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아이는 불안하다: 학교 오리엔테이션
웅진서가 | 15.05.29 | 조회수 3,502
아이들을 학교에 전학시키는 일정은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피츠버그에 도착한 날로부터 이틀 뒤인 8월 17일에는 초등학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이때 작은아이의 전학 수속을 마쳤다. 8월 20일에는 큰아이의 중학교 전학 수속 절차를 밟았고, 21일에는 중학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새 학년 시작은 23일이었다.
미국에 오기 3개월 전인 5월부터 전학 수속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주소지에 따라 학군이 정해진다. 우리가 정착할 지역의 학군에는 중학교가 한 개뿐이어서 큰아이 지인이는 학교가 정해진 셈이었고, 초등학교는 세 개여서 작은아이 우인이는 어느 학교로 배정되는지 알아보아야 했다. 햄프턴 타운십 학군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친절하게도 ‘햄프턴 이주민을 위해’라는 메뉴가 있었고, 초.중.고 학교 교장 선생님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그리고 몇몇 담당자의 연락처가 나와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전학생을 위한 별도의 담당자는 없었다. 답장을 보내 줄 것 같은 홍보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얼마 후 웰컴 패키지를 우편으로 보내 주겠다는 답장과 함께, 내가 문의한 학교 배정 및 출생 증명서와 예방접종 증명서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담당자에게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답변이 친절해서 마음이 많이 놓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학교 간호사로부터 예방접종 안내 메일이 왔고, 행정 담당자에게서 작은아이의 학교 배정과 전학 수속 서류에 대한 안내가 왔다.

기본적인 전학 수속 방법은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학년을 어떻게 배정받을 것인가 물어볼 차례였다. 행정 담당자는 문의할 것이 더 있으면 교장 선생님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교장 선생님에게 직접 연락을 할 일이 없었으니 이 안내는 참 낯설었다. 잠깐 주저하다가 어차피 다른 방도가 없기에 바로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간단한 내 소개와 함께 아이들의 생년월일, 미국과 다른 한국의 학교 시스템(한국에서는 새 학년이 3월에 시작한다는 것 등)을 알려주고, 지인이와 우인이가 몇 학년에 배정될지를 물었다. 두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은 우리 학교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와 함께 아이들의 학년 배정과 학력 수준 측정을 알려줄 수 있는 담당자에게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모든 과정이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다.

중학교를 방문해 전학 수속 서류를 제출했더니 카운슬러 선생님이 “지금 수학 시험을 봅시다.”라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수학 수준은 한국이 높아서 아이가 문제를 잘 풀겠지만 영어로 된 수학 용어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모르는 수학 용어가 있으면 내가 일러 주어도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은 나도 매한가지. 큰아이가 물어보는 몇 개 용어들을 검색해 알려 주었다.
시험을 보는 동안 카운슬러 선생님은 자기 일을 보러 자리를 비웠다. 부모를 전적으로 믿고 한 행동이다. 부모가 마음만 있으면 아이 옆에서 문제 푸는 것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부모와 학생을 믿고 존중하는 학교와 선생님의 태도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경험할 수 있었다.

전학 수속 과정, 오리엔테이션, 학년 및 과목 배치 과정을 경험하면서 학교가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학교 행정은 구체적인 원칙이 있으면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았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착착 움직이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과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했다. 원칙과 유연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미국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는 한국에 돌아와 전학 수속을 밟으며 경험한 한국 학교의 경직된 행정과 대비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2년 후 한국에 돌아와 겪은 일을 말하면서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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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웅진서가
내용 아이들을 학교에 전학시키는 일정은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피츠버그에 도착한 날로부터 이틀 뒤인 8월 17일에는 초등학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이때 작은아이의 전학 수속을 마쳤다. 8월 20일에는 큰아이의 중학교 전학 수속 절차를 밟았고, 21일에는 중학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새 학년 시작은 23일이었다.
미국에 오기 3개월 전인 5월부터 전학 수속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주소지에 따라 학군이 정해진다. 우리가 정착할 지역의 학군에는 중학교가 한 개뿐이어서 큰아이 지인이는 학교가 정해진 셈이었고, 초등학교는 세 개여서 작은아이 우인이는 어느 학교로 배정되는지 알아보아야 했다. 햄프턴 타운십 학군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친절하게도 ‘햄프턴 이주민을 위해’라는 메뉴가 있었고, 초.중.고 학교 교장 선생님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그리고 몇몇 담당자의 연락처가 나와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전학생을 위한 별도의 담당자는 없었다. 답장을 보내 줄 것 같은 홍보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얼마 후 웰컴 패키지를 우편으로 보내 주겠다는 답장과 함께, 내가 문의한 학교 배정 및 출생 증명서와 예방접종 증명서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담당자에게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답변이 친절해서 마음이 많이 놓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학교 간호사로부터 예방접종 안내 메일이 왔고, 행정 담당자에게서 작은아이의 학교 배정과 전학 수속 서류에 대한 안내가 왔다.

기본적인 전학 수속 방법은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학년을 어떻게 배정받을 것인가 물어볼 차례였다. 행정 담당자는 문의할 것이 더 있으면 교장 선생님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교장 선생님에게 직접 연락을 할 일이 없었으니 이 안내는 참 낯설었다. 잠깐 주저하다가 어차피 다른 방도가 없기에 바로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간단한 내 소개와 함께 아이들의 생년월일, 미국과 다른 한국의 학교 시스템(한국에서는 새 학년이 3월에 시작한다는 것 등)을 알려주고, 지인이와 우인이가 몇 학년에 배정될지를 물었다. 두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은 우리 학교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와 함께 아이들의 학년 배정과 학력 수준 측정을 알려줄 수 있는 담당자에게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모든 과정이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다.

중학교를 방문해 전학 수속 서류를 제출했더니 카운슬러 선생님이 “지금 수학 시험을 봅시다.”라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수학 수준은 한국이 높아서 아이가 문제를 잘 풀겠지만 영어로 된 수학 용어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모르는 수학 용어가 있으면 내가 일러 주어도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은 나도 매한가지. 큰아이가 물어보는 몇 개 용어들을 검색해 알려 주었다.
시험을 보는 동안 카운슬러 선생님은 자기 일을 보러 자리를 비웠다. 부모를 전적으로 믿고 한 행동이다. 부모가 마음만 있으면 아이 옆에서 문제 푸는 것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부모와 학생을 믿고 존중하는 학교와 선생님의 태도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경험할 수 있었다.

전학 수속 과정, 오리엔테이션, 학년 및 과목 배치 과정을 경험하면서 학교가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학교 행정은 구체적인 원칙이 있으면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았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착착 움직이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과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했다. 원칙과 유연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미국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는 한국에 돌아와 전학 수속을 밟으며 경험한 한국 학교의 경직된 행정과 대비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2년 후 한국에 돌아와 겪은 일을 말하면서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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