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월드 아이와 해외연수 즐겨찾기 0
외국 학교생활: 등교 첫날
웅진서가 | 15.06.01 | 조회수 3,638
아이가 학교 가는 첫날 부모는 초긴장 상태다. 내가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닌데 나 역시 전날 밤에 잠을 설쳤다. 오히려 아이들은 담담해 보였다. 첫 등교일에 큰아이가 버스를 타는데 우리 부부 둘 다 따라 나갔다. 2012년 8월 23일이었다. 8월 15일에 피츠버그에 도착했으니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난 상황이었다.
“나오지 마세요. 그냥 버스만 타면 되는 건데요.” 큰아이는 배웅하려는 부모에게 말했다. 하긴 큰아이에게는 마치 초등학교 입학생을 부모가 걱정스럽게 쫓아가서 지켜보는 것처럼 비춰졌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의 부모 마음이 되살아났다. 정작 큰아이는 지난 일주일 동안 알게 된 아파트 단지의 또래들과 인사를 나누며 마치 오랫동안 그래 온 것처럼 버스를 기다렸다. 나와 아내는 멀찌감치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큰아이가 여느 청소년처럼 부모가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오늘 하루 긴장하시겠어요.”
큰아이를 보내고 나서 정확히 30분 후, 작은아이가 등교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다시 나온 우리 부부에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지인이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잘하고 올 거예요. 아이들은 대부분 그래요. 적응은 오히려 어른들이 못하지요.” 그 분이 건넨 위로가 정말 고마웠다. 그날은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돌아오기까지의 몇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하면서도 학교에서 혹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휴대전화를 옆에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냈다.
하교 시간, 큰아이가 먼저 그리고 작은아이가 나중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의 표정부터 살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편안해 보였다.
“학교는 어땠니?”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그런데 숙제가 많아요.”
큰아이는 이렇게 말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처음 며칠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쓰러져서 몇 시간 동안 잠을 잤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이다. 길고 길었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모두가 잠든 밤 불현듯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떠올랐다. 2007년 3월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날에 꾸었던 꿈을 적어 놓은 것을 찾아보았다.
“엄마가 우인이를 업고 있었는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다른 친구를 내 딸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미사일인가 폭탄인가가 날아와서 나를 폭파했어요.”
그때는 아이의 꿈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긴장과 불안 상태를 반영한 불안몽으로 이해했다. 엄마가 동생을 업고 있는 것은 학교에 가면 동생이 자기보다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을 경계하고 시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엄마가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다른 친구를 내 딸이라고 한 것에는, 학교라는 낯선 세상을 마주하면서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분리 불안과 자기가 잊히고 버림받는 것은 아닌지 하는 유기 불안의 정서가 새겨져 있다. 미사일이 날아와서 자신을 폭파한 것은 더 근원적인 불안인 해체 불안을 반영한다. 해체 불안은 가장 초기 수준의 불안으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내가 조각조각 분열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감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분리 불안, 유기 불안, 해체 불안은 유아기 발달 과정 중에 정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나서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니 미사일이 자신을 폭파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폭탄이 되어서 날아갔다고 했다. 입학식을 치르면서 그간 쌓였던 불안과 긴장감이 많이 가라앉아서 꿈에 대한 기억까지 변형된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마주 대하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여러 종류의 불안을 재경험하는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학교를 잘 다니던 아이가 외국 학교에서 갑자기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에 걸리거나, 학교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분리 불안 장애가 생기는 것을 진료실에서 가끔 보았다. 아이가 학교 수업 시간에 계속 울어서 난감했다는 부모, 학교버스 타는 것을 거부해서 몇 개월 동안 등하교를 직접 시켰다는 부모도 만났다.
부모는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불안과 긴장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아이니까 어른보다 쉽게 적응하겠지.’ 일반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것은 통념일 뿐이다. 아이가 어른보다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손쉽게 적응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는 아이의 정서와 행동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star heart
웅진서가 님의 게시글 모음
  • 총 게시물 수
  • 추천 받은 수
  • 신고 받은 수
  • 신고한 글 수
추천받은 게시글 (최근 3개월)
추천0
신고
작성자웅진서가
내용 아이가 학교 가는 첫날 부모는 초긴장 상태다. 내가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닌데 나 역시 전날 밤에 잠을 설쳤다. 오히려 아이들은 담담해 보였다. 첫 등교일에 큰아이가 버스를 타는데 우리 부부 둘 다 따라 나갔다. 2012년 8월 23일이었다. 8월 15일에 피츠버그에 도착했으니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난 상황이었다.
“나오지 마세요. 그냥 버스만 타면 되는 건데요.” 큰아이는 배웅하려는 부모에게 말했다. 하긴 큰아이에게는 마치 초등학교 입학생을 부모가 걱정스럽게 쫓아가서 지켜보는 것처럼 비춰졌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의 부모 마음이 되살아났다. 정작 큰아이는 지난 일주일 동안 알게 된 아파트 단지의 또래들과 인사를 나누며 마치 오랫동안 그래 온 것처럼 버스를 기다렸다. 나와 아내는 멀찌감치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큰아이가 여느 청소년처럼 부모가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오늘 하루 긴장하시겠어요.”
큰아이를 보내고 나서 정확히 30분 후, 작은아이가 등교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다시 나온 우리 부부에게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지인이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잘하고 올 거예요. 아이들은 대부분 그래요. 적응은 오히려 어른들이 못하지요.” 그 분이 건넨 위로가 정말 고마웠다. 그날은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돌아오기까지의 몇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하면서도 학교에서 혹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휴대전화를 옆에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냈다.
하교 시간, 큰아이가 먼저 그리고 작은아이가 나중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의 표정부터 살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편안해 보였다.
“학교는 어땠니?”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그런데 숙제가 많아요.”
큰아이는 이렇게 말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처음 며칠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쓰러져서 몇 시간 동안 잠을 잤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이다. 길고 길었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모두가 잠든 밤 불현듯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떠올랐다. 2007년 3월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날에 꾸었던 꿈을 적어 놓은 것을 찾아보았다.
“엄마가 우인이를 업고 있었는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다른 친구를 내 딸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미사일인가 폭탄인가가 날아와서 나를 폭파했어요.”
그때는 아이의 꿈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긴장과 불안 상태를 반영한 불안몽으로 이해했다. 엄마가 동생을 업고 있는 것은 학교에 가면 동생이 자기보다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을 경계하고 시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엄마가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다른 친구를 내 딸이라고 한 것에는, 학교라는 낯선 세상을 마주하면서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분리 불안과 자기가 잊히고 버림받는 것은 아닌지 하는 유기 불안의 정서가 새겨져 있다. 미사일이 날아와서 자신을 폭파한 것은 더 근원적인 불안인 해체 불안을 반영한다. 해체 불안은 가장 초기 수준의 불안으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내가 조각조각 분열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감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분리 불안, 유기 불안, 해체 불안은 유아기 발달 과정 중에 정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나서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니 미사일이 자신을 폭파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폭탄이 되어서 날아갔다고 했다. 입학식을 치르면서 그간 쌓였던 불안과 긴장감이 많이 가라앉아서 꿈에 대한 기억까지 변형된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마주 대하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여러 종류의 불안을 재경험하는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학교를 잘 다니던 아이가 외국 학교에서 갑자기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에 걸리거나, 학교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분리 불안 장애가 생기는 것을 진료실에서 가끔 보았다. 아이가 학교 수업 시간에 계속 울어서 난감했다는 부모, 학교버스 타는 것을 거부해서 몇 개월 동안 등하교를 직접 시켰다는 부모도 만났다.
부모는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불안과 긴장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아이니까 어른보다 쉽게 적응하겠지.’ 일반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것은 통념일 뿐이다. 아이가 어른보다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손쉽게 적응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는 아이의 정서와 행동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신고사유 선택
취소 신고
즐겨찾기
관심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