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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웅진서가 | 15.06.08 | 조회수 4,238
이렇게 2년의 여정을 마쳤다. 낯선 타지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 준 가족에게 정말 고맙다. 한국에 돌아와서 점점 바빠지고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겠지만 이 책으로 지난 2년을 기억하며 힘을 낼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엄마 아빠를 추억하며 가끔씩 이 책을 들춰 보기를 바란다. 가족이 오롯이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지난 2년을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라고. 2년이 지나고 우리는 ‘다른’ 가족이 되었다. 사람들은 물어본다. “무엇을 이루셨어요?” 이룬 것이라 ……. 아이들은 부쩍 컸고 어른스러워졌다. 2년을 붙어 지내면서 부모는 아이들과 많이 친해졌다. 나는 미국에서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다. 공부도 꽤 했고 논문도 몇 편 썼다. 가족 모두 영어가 늘었다. 여행을 우리처럼 많이 한 가족이 없다. 그런데 무엇을 이루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여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그냥 2년의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여행자가 아니게 살아보고 싶었지만 고국이 아닌 이상 나는 어쩔 수 없는 여행자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여행을 하면서 변한 것이 있다. 이전에는 목표를 향해서 앞만 보고 달려갔다면 이제는 주위의 풍경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달린다. 이전에는 직선으로만 달렸다면 이제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목표보다는 여정을 더 즐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이룬 것보다는 지난 2년의 매 순간순간이 더 생각나고 그립다.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더 긴장하고 조바심을 낸 적이 많았다. 그래도 명색이 소아정신과 의사인데 아이를 잘못 키우면 어떡하지 하는 원초적인 걱정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나의 시행착오와 부끄러웠던 일을 남김없이 펼쳐 보이고 나니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다. 다른 부모들과 똑같이, 아니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 다른 부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 그렇다. 나도 다른 부모들과 똑같다. 그렇지만 마음의 중심을 잡고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옳다고 믿는 대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는 잘해 온 것 같다. 앞으로는?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큰아이와 함께 이 책을 구상하고 생각을 주고받고 같이 글을 쓰면서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미국에 있는 2년 동안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미국에서 큰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주로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그 작은 공간에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알지 못했다. 부모로서도 소아정신과 의사로서도 부끄럽고 미안하기만 하다. 부모와 자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쓰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많이 환기되었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에게 보다 감사하게 되었다. 부모가 되면 철이 든다지만 부모님이 나를 보살펴 준 기억을 돌아보면서, 나는 자식으로서도 부모로서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글을 마칠 때가 되었다. 김정화, 김지인, 김우인 모두 고맙다.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이 행복하다. 우리 가족의 기록이 외국에서 같이 살아가는 다른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지구 어디에선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아이들과 가족들의 건투를 빈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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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웅진서가
내용 이렇게 2년의 여정을 마쳤다. 낯선 타지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 준 가족에게 정말 고맙다. 한국에 돌아와서 점점 바빠지고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겠지만 이 책으로 지난 2년을 기억하며 힘을 낼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엄마 아빠를 추억하며 가끔씩 이 책을 들춰 보기를 바란다. 가족이 오롯이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지난 2년을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라고. 2년이 지나고 우리는 ‘다른’ 가족이 되었다. 사람들은 물어본다. “무엇을 이루셨어요?” 이룬 것이라 ……. 아이들은 부쩍 컸고 어른스러워졌다. 2년을 붙어 지내면서 부모는 아이들과 많이 친해졌다. 나는 미국에서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다. 공부도 꽤 했고 논문도 몇 편 썼다. 가족 모두 영어가 늘었다. 여행을 우리처럼 많이 한 가족이 없다. 그런데 무엇을 이루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여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그냥 2년의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여행자가 아니게 살아보고 싶었지만 고국이 아닌 이상 나는 어쩔 수 없는 여행자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여행을 하면서 변한 것이 있다. 이전에는 목표를 향해서 앞만 보고 달려갔다면 이제는 주위의 풍경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달린다. 이전에는 직선으로만 달렸다면 이제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목표보다는 여정을 더 즐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이룬 것보다는 지난 2년의 매 순간순간이 더 생각나고 그립다.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더 긴장하고 조바심을 낸 적이 많았다. 그래도 명색이 소아정신과 의사인데 아이를 잘못 키우면 어떡하지 하는 원초적인 걱정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나의 시행착오와 부끄러웠던 일을 남김없이 펼쳐 보이고 나니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다. 다른 부모들과 똑같이, 아니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 다른 부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 그렇다. 나도 다른 부모들과 똑같다. 그렇지만 마음의 중심을 잡고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옳다고 믿는 대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는 잘해 온 것 같다. 앞으로는?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큰아이와 함께 이 책을 구상하고 생각을 주고받고 같이 글을 쓰면서 아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미국에 있는 2년 동안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미국에서 큰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주로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그 작은 공간에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알지 못했다. 부모로서도 소아정신과 의사로서도 부끄럽고 미안하기만 하다. 부모와 자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쓰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많이 환기되었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에게 보다 감사하게 되었다. 부모가 되면 철이 든다지만 부모님이 나를 보살펴 준 기억을 돌아보면서, 나는 자식으로서도 부모로서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글을 마칠 때가 되었다. 김정화, 김지인, 김우인 모두 고맙다.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이 행복하다. 우리 가족의 기록이 외국에서 같이 살아가는 다른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지구 어디에선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아이들과 가족들의 건투를 빈다.


*‘아이와 해외연수’는 책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김재원, 김지인 지음/웅진서가)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연재합니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아빠와 중2 딸이 2년 동안 미국에 살며, 하나하나 겪고 함께 쓴 아이 적응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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